[독후기록 #3. 톨스토이 단편선] 책편지로 만난 톨스토이 단편 다시 읽기
<톨스토이 단편선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장영재 옮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한글판 영문판)
- 저자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출판사
- 더클래식 | 2012-08-07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사상가인 톨스토이의 단편집. 톨스토이의 단편...
책편지로 만난 톨스토이 단편 다시 읽기
지난 1월 13일. 누군가로부터 등기가 왔다.
오랜만에 받는 등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학창시절 잠시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이 있는 톨스토이의 단편선 한글판과 영문판 묶음이었다.
예전 페이스북의 책 관련 그룹에서 한 게시물에 댓글을 남긴 적이 있었는데, 그 댓글이 마음에 들어 책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고 하셨던 분이 보낸 것이었다. 본인의 생활이 바빠 이제야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며 미안해하면서, 새해 건강하라는 그 분의 메시지에, 책보다 더한 감동을 받았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고, 잊혀져 갈 무렵이었는데, 이렇게 다시 한 번 챙기고 본인이 한 약속을 지키시는 모습이 감명깊었달까. 혹시나 나로 인해 '보내드려야 하는데..'하며 매번 바쁜 와중에 생각날 때마다 부담이었을까 미안하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책편지를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 한 권의 책.
중고등학교 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외에 여러 단편들이 묶여있었다. 줄거리는 기억이 나는데 또 가물거리는 부분도 있고. 목차를 보니 처음 읽는 듯한 단편들도 있었다. 얇은 책이라 침대에 누워 잠깐씩 읽거나, 왔다 갔다 하면서 읽기 좋아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는데, 인상 깊은 부분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인상깊게 다가온 부분은 시몬이 미하일을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다. 시몬은 벌거벗은 채 교회 벽에 기대고 있는 미하일을 보고 자신이 무슨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 도망치기로 한다. 그러다가 본인의 양심의 소리인 '네가 무슨 부자라도 된다고 가진 재산을 빼앗길까 봐 겁을 낸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되어 다시 사내에게 다가간다.
나는 시몬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페루의 구시가지를 걸을 때 내가 그랬고, 또 며칠 전 지하철역에서의 내가 그랬다. 다만 시몬과 나의 다른 점은, 나는 '반성'에서 끝났고, 시몬은 반성을 하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남긴 그 기록에 대한 답을,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생계에 압도되어 눈빛이 죽는 때가 있었을 것이고, 그것보다도, 그 걸인들도 내가 가진 두려움이나 적대감 같은 걸 느꼈을 거라고. 그래서 더욱 추웠을 거라고. 미하일은 시몬이 두려워 지나쳐 갈 때에, 그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 그 걸인들도 내 표정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읽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또 반성하고. 이번에는 행동으로 옮겨보기로 했다. 시몬처럼 손을 잡고 내 집으로 데리고 올 용기는 없더라도, 설사 세속적인 관심일지라도. 조금만 달라져보기로.
조금이나마 나누고 살자. 배운 교훈을 메모하면서.
비록 지금 할 줄 아는 것이 없지만, '하려는 마음만 있으면 뭐든지 배울 수 있다'는 시몬의 말을 위안삼아. 앞으로 더 배우고 성장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이 단편을 통해, 사람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며,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내가 잘 살고 있는 거라면 그것은 내가 스스로 잘나거나 뭘 열심히 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사랑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사실 그 누구도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것, 자신의 미래도 알지 못하므로, 자신의 안위, 자신의 미래만을 너무 생각하고 걱정하여 어떻게 행복할 지 고민하는 것보다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할 때에, 또 누군가를 향한 사랑으로 충만할 때에 오히려 더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하는 생각까지.
짧은 이야기에서 나를 돌아보고 앞으로 좀 더 나은 내가 되길 다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오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 소녀와 만나 소녀의 호소에 응답하고 포옹을 해주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나는 교인이 아니지만 이웃의 고통에 '어떻게 울어야 할지' 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다시 되새겨본다.
이 소녀는 "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버림을 받고 있다"며 "많은 고아가 범죄의 희생자가 되고 마약 중독이나 성매매 같은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은 왜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도록 놔두시는 걸까요. 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은 아주 적은 것일까요"라고 물으며 눈물을 터트렸다.
고아인 이 소녀는 현재 교회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머무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소녀를 꼭 끌어안아준 뒤 예정했던 연설 내용 대부분을 미루고 소녀의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은 없다면서 "우리가 울어줄 수 있을 때에만 소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중을 향해 "굶주리는 아이, 마약을 하는 길거리의 아이, 집 잃은 아이, 버려진 아이, 학대받는 아이를 봤을 때 어떻게 울어야 할지를 알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물질만을 베푸는 "세속적인 동정은 무의미하다"며 예수처럼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눈물 흘리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원문 전체보기 : http://media.daum.net/culture/religion/newsview?newsid=20150118165608733
그 외 단편들 중 인상깊었던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