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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_감상노트/전시 및 기타

[미술관 나들이_부산시립미술관] 미의 기원 The Origin of Beauty 외

모처럼의 주말, 문화생활을 위해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함께 시립미술관을 가기로 했다.

미술관 모임 멤버들과 종종 가곤 했었는데, 이번엔 후배와 후배 동생 그리고 나. 그렇게 셋이서.

학교에서 단체로 간 기억말고는 이렇게 따로 전시를 보러 가본 적이 없다는 후배 동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전해주기도 하고, 나도 오랜만에 재밌는 전시가 있는 것 같아서 나서게 된 것이다.

 

 

http://art.busan.go.kr/02_display/display01_1.jsp?amode=view&id=201411191429220001

 

 처음 보게 된 전시는 <미의 기원: 극적인 향수>라는 전시였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념 특별전으로 지난 12월부터 시작되었다는데 끝날무렵인 이제야 보게 되다니. '그동안 너무 안왔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세안 회원국인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나라 출신의 작가들이 참석하였는데, 필리핀은 빠졌다고 한다.

 

 우리는 오후 2시 도슨트를 듣기 위해 조금 서둘러 도착하였는데, 아쉽게도 내가 좋아하는 도슨트 아저씨가 아닌, 어떤 여성 도슨트 분이셨다. 내가 처음 뵙는 도슨트 분이셨는데 조금 긴장하신 듯 떠시기도 하고, 마이크 탓인지 설명이 잘 들어오지 않아 초반에 같이 따라가며 듣다가 그냥 포기하고 따로 둘러보기로 했다.

 

 올라가자마자 마주친 작품은 전시 팜플렛 정면에도 있는 샹들리에였다. 싱가포르의 미술가인 수잔 빅터의 작품이라고 한다. 샹들리에는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며 서구의 부와 힘을 상징하고, 주변의 흔들리는 샹들리에들은 불안과 폭력의 긴장감 등을 연출한다고 설명되어있었다. 서구에 의해 식민지의 삶을 살아야 했던 많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뭔가 메시지를 던져주는 작품이라고.

 

 그 다음으로는 라오스부터 다양한 국가로부터 온 작품들이 나라별로 전시되어있었다. 라오스의 작품들에선 힌두교의 영향인지 가네샤 신, 코끼리가 직접 등장하거나 혹은 란싼이라는 이름 등으로 등장하는 등 코끼리와 관련된 작품이 좀 잇었다. 캄보디아의 작품에선 동남아 불교 특유의 색채가 많이 보였는데, 불상의 얼굴들이 평온히 웃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우리나라 불교의 불상들과 많이 다른 느낌이 이색적이었다. 특히, 우리나라 불상의 경우 연꽃이나 뭐.. 호랑이나.. 아무튼 그런 것들을 깔고 앉아있는 경우가 많은데 뱀을 깔고 앉아있는 듯한 불상이 있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었다.

 

 

1970년대의 장난감인가? 하여튼 제목이 그런 옛날 장난감이라는 의미였던 작품인데. 죽마를 들고있는 아이 둘이 가운데에 있고 배경에는 오락에 빠져있는 아이들을 대비시키고 있는 입체적인 작품이었다. 몰입감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도 왠지 모르게 계속 눈이 가는 작품이었다. 그 화려한 문양과 빛 표현이 넋을 놓게 만들었다. 약간 보이는 문 같은 부분으로 새어들어오는 빛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고정하곤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 라이프 사진전을 봤을 때, 한 순간이라도 내 눈을 사로잡는 부분이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는 그런 글귀를 봤던 것 같은데, 그 글귀가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제목이 '리더의 무게'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코끼리, 사자, 매과의 새, 물소, 황소, 재규어, 공작, 사람 등 온갖 형상들이 뒤섞여있는 조각이었다. 어느 신화에 나오는 악마의 모습처럼 괴기하기도 했고 문득 리더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 수많은 모습들을 보는 것도 같았다.

 

 리더는 때론 이래야하고, 때론 저래야하고, 또 .... 리더의 무게란 참 짐작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았다. 한없이 포괄적인 시각을 가지면서도 또 한없이 디테일해야하는 것 같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동남아시아 여러 미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 즐거웠다. 그런 이국적인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내가 마치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여행자가 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특히 위의 작품에서 여자아이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어 마치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 사진가 같았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네 가지 다른 장면들에서 사람들이 각자 행동을 반복하는 약간 3D 고화질 움짤 같은 느낌의 작품이었는데, 그 특유의 느낌이 정말 기묘했다.

 현대인들의 쓸쓸함을 담아내는 것 같았다. 기계적인 반복, 여러 명이 있지만 각자 따로 행동하고. 그런 고독과 씁쓸함이 배어 있는 듯 했다. 마침 그 뒤의 작품이 나사로 뾰족히 솟아있는 형상의 작품들이어서 더욱 그런 날카로운 느낌과 차가운 느낌이 뒤섞였던 것 같다. 공간 자체도 어두워서....

 

 미술 전시를 할 때 그 '공간'도 참 중요한 것 같았다. 전에 정말 감명깊게 봤었던 이우환 선생님의 그림이, 다른 열린 공간에 걸려있으니 별 감흥이 없더라. 참 신기했다. 같은 작품인데 다른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으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작품은 겨울 바다의 느낌이 잔잔히 다가오고, 참 예쁘고 한적한 모습이 기분 좋았던 작품이었다. 페루 우로스 섬에서 관광할 때 혼자 섬의 뒤쪽으로 갔을 때 봤었던, 유유자적하게 떠있던 보트가 떠올랐다. 문득 눈이 내린 그곳의 풍경이 보고싶어졌다.

 

 그 외에도 '어쩌다 꾼 꿈'이라는 재밌는 전시와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한 다른 작가들의 전시를 훑어보고 돌아왔다. 정말 오랜만의 미술관 나들이여서, 즐거웠지만, 다음 번에 왔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도슨트 아저씨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얀 파브르의 전시를 봤을 때 해주셨던 도슨트가 정말 기억에 남아서, 그 아저씨의 도슨트를 계속 듣고 싶었는데....

 

꾸준히 찾다보면 언젠가 마주칠 수 있겠지...

다음 번을 기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