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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14 글을 옮겨오다
중창의 매력으로 흡인력 있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 뉴아시아오페라단의 <La Traviata, 춘희>를 보고
1. 작품의 주제 및 예술적 완성도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의 오페라<La Traviata>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유럽 오페라로서,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소설 <동백아가씨>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3막 4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코르티잔(courtesan, 우리나라 기생과 유사한 직업)인 여주인공 비올레타가 평범한 귀족청년인 알프레도와 사랑에 빠져 가난한 동거생활을 시작하지만 사회적 시선과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의 헤어지라는 설득에 결국 헤어지게 되고, 결핵에 걸려 죽는 비극적 이야기이다. 죽기 직전, 자신을 배신했다는 오해로 인해 모욕을 주었던 것을 사과하는 알프레도와의 만남과 헤어지라 강요했던 제르몽의 사과로 잠깐이나마 위안을 얻지만 결국은 죽고 마는 비올레타의 일생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슬픈 사랑과 비극적 죽음’ 그리고 ‘당시 상류사회의 방탕한 생활’, ‘가족 이기주의’ 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베르디의 오페라를 창의력, 구성, 음악적 긴장, 형식 및 대본의 특징적인 내용으로 구분하여 1기~3기로 구분하였을 때 2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아리아(Aria)와 레치타티보(Recitativo)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음악과 극이 밀착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2중창, 4중창에 관심을 두고 의도적으로 중창곡을 많이 삽입 시켰다. 대본은 피아베에 의해 이탈리아 어로 쓰였으며 18세기 루이 14세 시대의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오페라 중의 하나이며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간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예술적으로도 대단히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하겠다.
2. 배우의 연기 및 노래
이번 공연에서 배우들은 모두 원래 쓰인 대본에 따라 이태리어로 노래하고 대신 자막을 통해 그 의미를 전달했다. 그래서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보는 불편함이 있었고 집중력이 좀 흐트러졌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비올레타(황은주 분)의 연기와 노래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오페라 자체가 정말 드문 ‘프리마돈나 오페라’인만큼 굉장히 느낌과 감정이 다양한 부분의 화려한 노래들을 소화해야 하기에 부담이 컸을 텐데도 그 역할을 정말 잘해줘서 누가 봐도 가장 빛나는 노래를 했던 것 같다. 2층에서 들었음에도 그 성량이 풍부해서 모든 배역들 중 가장 귀에 잘 들렸고, 가장 세심하게 마음을 움직였다. 강약조절과 호흡조절을 잘해서 멀리서도 비올레타의 감정과 정서를 잘 알 수 있었다. 기교를 부리는 부분도 잘해서 소름이 끼쳤다. 제스쳐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적절했던 것 같다.
반면에, 알프레도(홍지형 분)의 노래는 음색 때문인지 성량 탓인지 모르겠지만 비올레타에 비해 너무 작게 들렸고,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흐름을 따라가기에 힘들었으며 배우보다는 자막에 더 많이 눈이 갔다.
제르몽(강경원 분)의 노래는 저음의 음색이 매력적이었고 알프레도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들렸고, 비올레타와의 중창에서 충분한 감동을 주었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이 오페라의 특징이기도 한 중창 부분이었다. 1막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서로의 심정을 번갈아가며 토로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 이중창은 그들의 감정이 너무도 생생히 다가오는 기분이어서, 정말 좋았다. 알프레도가 사랑이 고통과 환희가 함께한다고 반복해서 노래를 부르고, 비올레타가 그에게 잊어달라고 노래를 하는 부분이 그 중 하나이다. 오페라 전체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2막의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이중창 부분이었다.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음색이 확연히 달라 즐거움을 주었고 애잔한 그 감정이 전달되며 귀에 오래도록 남았다. 그 여운이 굉장히 길었던 노래여서 돌아와서도 다시 찾아볼 정도였다. 비올레타의 애잔하고 여린 노래에 제르몽의 단단한 저음이 빠밤~ 빠밤~ (Llora llora llora oh infeliz 부분)하고 이어지는 노래가 정말 중독성 있는 부분인 것 같다.
3. 무대미술 및 장치
이번 공연에서의 무대미술과 장치는 비교적 사실주의적으로 꾸며졌다. 실제 테이블과 소파, 의자 등 실생활에서 쓰이는 것들과 동일한 느낌의 것들로 무대를 꾸며놓았다. 그래서 친숙한 느낌이 들고 무대를 볼 때 위화감이 없어서 좋았던 것 같다. 또 막과 막 사이에 얇은 커튼으로 실루엣을 보이게 하거나, 일부분에만 핀조명을 쏘아서 무대 배경을 바꾸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연출한 점은 좋았다. 또 조명의 색감을 분위기에 맞게 잘 살려서 좋았고, 짧은 줄거리 요약을 자막을 통해 인터미션 시간에 보여줘서 이해를 도운 점은 관객에 대한 배려로 느껴져서 마음에 들었다.
반면, 무대 좌우에 자막을 볼 수 있는 화면을 제공하였으나 그 크기가 공간에 비해 너무 작아서 2,3층의 관객들이 자막을 보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관객이 무대 위의 배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되어있어서 아쉬웠다. 또 중간에 자막 중에 오탈자가 있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흐름이 깨져 아쉬웠고, 타이밍이 약간씩 어긋난 부분이 한 부분 있었는데 그 템포 조절이 조금 아쉬웠다. 다음 공연 때는 공연장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조금 더 관객에 대한 배려를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전체적인 감상과 총평
먼저, 베르디의 200주년 기념으로 기획된 이번 공연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열려서 좋았다. 처음 접하는 오페라라 너무 어렵진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줄거리가 간단하고 노래도 대중적이고 화려하며, 중간에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등 연극적 요소가 곁들여져 청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즐거움을 주어 지루하지 않았다. 오페라를 왜 종합예술이라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다만 뮤지컬이나 현대 연극에 비해서는 조금 정적이고, 모든 대사가 음악으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중간에 조금 집중력이 흐려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음악회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또 매우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 노래와 오케스트라 음악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주연배우들을 뺀 나머지 배우들은 전체 합창 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대배경과 같은 역할이지만 색감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서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또 리액션을 잘해서 좋았다. 그리스 연극에서의 코러스가 떠올랐다.
1막에서는 화려한 파티가 연출되며, 앞뒤 생각 말고 놀아보자는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지난해 ‘서울 뮤즈 윈드 오케스트라 초청음악회’에서 접했었는데, 그때보다 풍성한 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또 그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들었기에 보다 더 신나고 들썩거렸다. 나도 함께 와인을 마시며 웃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파티장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1막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프레도의 사랑을 의심하는 비올레타의 모습이 아마 모든 여자가 가진 본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특히나 자신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를 믿지 않고 자꾸 의심하는 것이다. 이는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을 미화시키고, 자신을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심리학적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에게는 잘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장면에서 비올레타가 참으로 여리고 자존감이 조금 낮은 여인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그 직업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직업이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왠지 애정결핍에 가까운 외로움을 지닌 여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2막에서는 알프레도와 사랑의 도피를 하여 동거하고 있는 파리 교외의 집이 등장한다. 제르몽이 이곳에 찾아와 자신의 아들과 헤어지라는 설득을 하는데, 나는 제르몽과 비올레타의 이중창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 노래가 여운과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또 나는 이 부분에서 1막에서 한 비올레타에 대한 추측에 조금 더 힘을 싣게 되었다. 비올레타가 제르몽에게 딸처럼 생각하고 한번만 안아달라는 대목에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부모에게, 특히 아버지에게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여인이어서 애정결핍에 가까운 외로움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제르몽이 딸이 결혼해야 하는데 자기 오빠가 좋지 않은 소문에 휘말려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자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는 비올레타의 모습에서 같은 여자로서 그 고통을 알기에, 또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층 더 애처로워보였다.
마지막 3장에서는 비올레타의 약간은 기쁘면서도 처절하게 슬픈 그 죽음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막이 내리고 왜 비올레타는 코르티잔이 되었을까하는 오페라가 시작되는 장면 이전의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 비올레타라는 사람의 일생의 반쪽만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올레타가 코르티잔이 되기까지의 역경, 그리고 코르티잔으로서 겪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너무나도 허망하고 외로운 생활 이런 것들을 좀 더 부각하여 비올레타의 일생 전체를 다룬 영화나 연극 등을 보아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적으로 이 오페라는 대중적이고 누구나 공감할만한 소재인 ‘사랑’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고, 또 중창들이나 아리아가 굉장히 화려하고 멋지면서 유명하기 때문에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비올레타의 노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세밀한 감정표현과 화려한 기교를 중심으로 보면 좋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대의 자막스크린이 너무 작아 보기에 힘들었다는 것과 오탈자가 있었던 점, 마지막으로 알프레도의 노래가 조금 약하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 의상이나 춤, 무대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기회가 된다면 베르디의 다른 오페라들도 앞으로 보고 싶고, 유럽에서 이루어지는 라트라비아타도 보고 싶다. 내가 관심 갖지 않았던 장르인 오페라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해준 이번 과제에 고맙고,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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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올리려니 각주 부분이 안보이는데, 각주 부분은 첨부파일을 참고하여주시기 바랍니다. 논문 두 편과 책 한권에서 인용해온 부분이 있습니다.
라트라비아타 공연은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4회 공연(10월 6일자)를 보고 썼습니다.
본 레포트는 직접 작성한 것으로,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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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부분 : 2막, 비올레타와 제르몽의 이중창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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