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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착한세계시민의 탐방일기(일본편)] #3. 6차 산업과 그라노의 성공요인_ in (주)그라노24K, 슬로리조트 부도노키

 

 

 

이데 오사무씨와 헤어진 이후 주식회사 그라노 24K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라노 24K의 레스토랑은 지산지소의 콘셉트로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하는 식당이다. 저농약과 유기농 등으로 재배되는 규격외품 같은 식재료를 구입하여 요리에 사용하며 빵과 과자, 드레싱 등의 가공식품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가서 보니 레스토랑 식사를 하는 공간 외에 주변에 빵 파는 곳, 와인이나 드레싱 파는 곳 등이 있었다. 메뉴 중 식전 빵은 너무 맛있어서 우리 테이블은 빵만 세 접시를 가져다 먹었다. 건강한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간이 세거나 하지 않아 좋았다. 메인 메뉴로는 각자 토마토베이컨파스타와 까르보나라 중 하나를 선택해서 먹었다. 나는 토마토베이컨파스타를 먹었는데, 베이컨이 굉장히 큼직하게 나와서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즈가루를 뿌린 듯, 토마토의 상큼함보다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더 있었다. 그리고 까르보나라의 경우 달걀거품 같은 게 얹어 나오고, 맛도 한국에서 늘 먹었던 것과 다른 맛이었다고 했다. 디저트로는 여러 종류의 조각 케이크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케이크도 맛있고 플레이팅도 예뻐서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서빙해주시는 분들도 모두 웃는 얼굴로 대해주시는 등 친절하셔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대접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라노 24K 레스토랑의 에피타이저와 토마토베이컨파스타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본격적으로 그라노 24K의 슬로리조트 부도노키를 투어하면서 설명을 들었다. 부지 안에는 레스토랑과 웨딩 공간, 기프트하우스, 수제소시지공장, 빵공장, 꽃집, 숙박시설이 모두 있었다. 웨딩사업과 숙박업을 하고 있는 지라, 레스토랑과 가까운 웨딩 공간부터 찬찬히 각각의 콘셉트로 만들어진 웨딩홀과 대기실, 연회장 등을 둘러보고, 숙박시설도 둘러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천장에 꽃이 아름답게 수놓아져있는 웨딩 공간이었다. 순백색이 강조된 공간에 빨갛고 노란 꽃들이 매달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구석에 꼭 한번 같이 서서 사진을 찍어야만 할 것 같은, 영화에 나올법한 자전거 꽃마차가 인테리어 포인트로 놓여있었다. 그 안으로는 우측에 마치 포토스튜디오처럼 흰색과 포인트 컬러인 붉은색 하트로 사랑스럽게 꾸며진 신부대기실이 있고, 정면에 결혼식장이 있었는데, 역시 하얀색이 강조된 곳에 꽃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었다. 주례석 뒤로 전면을 유리로 하고 폭포 같은 것이 보이게끔 하여 공간을 더욱 넓고 웅장하게 보이도록 한 점이 좋았다.

 

 웨딩홀 공간(동일 건물 내)

 

 

 

 

 

그 다음으로는 숙박시설을 살펴보았다. 고즈넉하고 편안한 느낌이 드는 정원과 야외테라스가 보이는 욕실, 크고 정갈하게 꾸며진 침대가 정말 안락하고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의 나무처럼 갈색과 녹색을 조화롭게 사용한 인테리어가 자연스레 공간에 들어선 사람의 긴장을 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갑자기 비가 내려서 안내하시던 분이 우산을 잔뜩 들고 와 빌려주셨는데, 비가 와서인지 더욱 운치 있었다.

 

숙박시설 내부와 정원

 

 

 

 

우산을 쓰고 이동해 방문한 또 다른 웨딩공간은 부도노키(포도나무)’라는 이름이 정말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포도나무 아래에서 뭔가 식사를 하거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또 가운데 레드카펫 위로 아이보리의 거대한 커튼과 조명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식당 비슷한 곳을 하나 둘러보고 연회장 같은 곳으로 향했다.

 

                                                                          포도나무 아래 웨딩 / 웨딩홀

 

 

 

 

 

 

연회장에서는 그라노 24K의 역사와 가치,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라노 24K는 오카가기쵸 해변의 료칸 야하타야에서 출발하여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무농약(저농약) 포도농장을 차렸다고 한다. 그러나 모양이 나빠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결국 관광농원으로서 포도를 종이로 감싸고 포도나무 아래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대박이 나서 한 달에 100만엔 가량의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손님이 왜 올까를 고민해보니 어디에도 없는, 여기에만 있는 시골이어서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차별적 요소가 분명한 곳을 만들기 위해 조직원 모두 노력하고 있다고 하셨다.

 

 

 

(a) 6차 산업

1차 산업인 농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그리고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모두 하는 복합형태의 산업을 6차 산업이라고 하는데, ‘6차 산업이라는 단어 역시 착지형 관광처럼 일본에서 핫한 키워드 중 하나인 것 같았다.

그라노 24K는 이러한 6차 산업을 영위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고, 그를 지향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토마토농가(1차 산업)와 협력, 상품성이 떨어지는 토마토를 재배하여 재료로 사용하고, 김치공장(2차 산업)과 협력하여 김치를 수급, 그를 토마토김치파스타로 만들어 그라노의 레스토랑에서 판매(서비스업)하는 형태로 말이다. 그를 통해 지역발전을 견인하고 농가와 식당, 공장이 모두 win-win-win할 수 있는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b) 그라노 24K의 가치

그라노 24K는 내가 방문한 연수기관 중에서 가장 많은 사회적 가치를 발견한 회사였다. 사실 방문해서 설명을 듣기 전에는, 단순히 웨딩업체라고 생각될 만큼 영리기업의 느낌이 강하고 특별히 어떤 사회적 가치를 가졌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던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설명을 들으면서 발견하게 된 사회적 가치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 상품이 되지 않는 농작물을 사들여서 농가의 소득보전에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농가의 지역주민들이 고령화되어있는 점을 고려하여 스태프가 직접 찾아가 생산물을 받아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장을 만들어 입금시켜드리는 방식으로 결제를 진행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금융관련 교육을 하거나 받을 때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것이 통장 만들기인데 그런 부분까지 신경 쓴다는 것이 놀라웠다. 단순히 생산물을 사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정말로 지역 농가를 위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두 번째, 음식물쓰레기의 퇴비 재활용을 실시하여 환경을 위한다는 점이다. 사실 음식물쓰레기의 재활용을 위해서 신경을 더 써야하는 데 그러한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그 점을 고려한다는 점이 좋았다.

 

세 번째,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고용을 통해 지역의 건강한 인재양성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식육가공교실과 농업체험교실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고기 등의 생산과정을 체험하고 생물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고, 정직원 약 130여명, 파트타이머 약 4~500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또 연간 방문자가 30만 명에 달할 만큼 관광지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c) 성공요인과 관련된 노력들

설명을 들으면서 성공요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포인트들이 몇 가지 있었다.

하나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시도들을 한다는 것이었다. 모양 탓에 상품성이 없는 상품들을 다른 재료와 혼합하여 요리로 창조하면서 그를 극복하였고, 온천이 나지 않는 바닷가의 료칸에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탕이 있고, 바다를 보면서 먹는 스시가게가 있는 곳으로 만들어 제약을 매력 포인트로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창업을 하거나 특히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게 되면 기존의 영리기업의 형태로는 갖지 않아도 되는 제약들, 약점들을 불가피하게 가져가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잘 이용하여 강점으로 바꾸려는 노력들을 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지속적인 교육, 사람의 성장이 산업의 성장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다. 매일아침 600여명의 직원들과 조회시간을 가지고 경영이념과 손님피드백을 공유하는 시간 등을 갖는 마인드교육을 한다고 했다. 또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직원의 성장, 지역 주민의 성장 등 사람의 성장을 우선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어디에도 없는, 여기에만 있는것을 만들어내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점과 그에 따른 스토리가 있는 점이다. 안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내고 실행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와이에서 육가공업을 배우고, 포도나무 아래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레스토랑 웨딩을 떠올렸다고 하는 슈이치 사장님의 스토리가 그러한 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아무튼, 이곳은 정말 누구나 갖고 있는 '환상적인',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특별함'이 있는 공간이었다.

주변이 시골이라 그런지 고즈넉하고 시골 특유의 편안함이 있었고, 내부는 모던하면서도 우아했다. 게다가 직원들의 친절한 접대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여러 성공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핵심제품(서비스)의 고퀄리티가 가장 큰 성공요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