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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_감상노트/전시 및 기타

252만 크리에이터 도티로부터 듣는 크리에이터(유튜버)와 콘텐츠 산업 이야기

 

 

252만 구독자를 지닌 크리에이터 도티

12월 23일 저녁, 어제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는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초청 강연이 있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과 관련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8년 간 크리에이터로 살고 있고, 최근에는 라디오 스타 등 여러 방송 활동을 좀 더 활발히 하고 있는 250만 크리에이터, 도티씨가 1시간 정도 짧은 강연을 해주셨어요. 

 

도티(본명 나희선)씨는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쉽게 말해 유투버들을 위한 연예기획사 같은 존재) 회사들 중 선두 주자인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창업자(CCO)시기도 하죠. 

 

출처: 도티TV 유튜브 채널 (캡쳐화면)

 

 

컨텐츠의 성격상 초등학생 팬 등 연령대가 낮은 팬들이 많이 있어서, 강연에도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 친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강연에선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팬이 가장 많은 것 같았어요. 그리고 그 외에 콘텐츠 제작자 분들이 몇몇 분 계셨고요. 그래서 상당히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청중으로 있는 자리라 독특한 분위기였습니다.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멀리 평택에서 아이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곳까지 찾아오신 가족 분도 있었는데 참 멋진 아버님이다, 싶었네요.

 

 

 

아무튼, 강연은 어린 청중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지만 어린 친구들에게 말도 걸고, 이름도 불러주면서 친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전반적으로 크리에이터 혹은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라 부르는 사람들의 직업적 위상 변화와 그를 둘러싼 산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셨어요.

 

이른바 상당한 영향력이나 매체력을 지닌 '슈퍼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이 중점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며 그런 개인들을 잘 성장하도록 돕는 걸 사명으로 하고 있다는 도티씨의 경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이어서 재밌게 들었답니다. 

 

먼저 본인을 비롯한 샌드박스 네트워크 내 크리에이터들을 사례로 들며,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영역이 단순히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중파 방송 등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터 개인에 대한 '전문성'에 대한 우려와 편견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리에이터들이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면서 해결되어가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미 영역 간의 장벽이 붕괴되어 셀럽들이나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주자들이 유튜브에 진출한다던가 하면서 서로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쪽으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최근 직접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느끼셨다고 한 부분은 유튜브 활동(디지털 미디어)와 방송 활동(레거시 미디어)에 여러가지 차이점 중 '책임감과 외로움' 부분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유튜브 채널은 개인이 결국 모든 책임을 져야 하고, 성과 또한 몇 초 안에 딱 나오기에 위험도 혼자 부담, 성취감도 혼자 갖는 그런 구조라면, 방송은 책임을 나눠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깊게 협업할 수 있다는 게 도티씨에겐 또 다른 열정을 느끼게 하는 부분인 것 같더군요. 

 

 

 

2년 전 프로필 사진이지만 잘나온 것 같아서 아직 바꾸고 있지 않다며, 실물과는 좀 다르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고, 자랑(?)을 하기도 하셨는데, 사실 자랑이라기보다 국내에서 최초로 당시 존재하던 장벽인 100만 구독자를 깬 부분에 대해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7~8년 전 당시에는 유튜브가 그렇게 주목 받고 있을 때도 아니었고, 많은 분들이 글로벌 지향이 아니라 로컬 지향적인 크리에이터가 성장할 수 있는 한계를 100만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 깰 수 있어서 스스로, 또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부분이었죠.

 

그리고 현재 유튜브가 부상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도 있겠지만 도티씨는 아이폰 만큼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생각하는 '트루뷰 광고(5초 후 스킵 광고 등)'가 수익화 부분에서 혁신을 만들어 내면서 크리에이터들이 광고/사업 영역에서도 두각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트루뷰 광고는 광고주에게는 광고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tracking 모델이 있었기에 돈을 제대로 잘 썼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좋았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좋은 콘텐츠들을 기존 방송처럼 20초 이상 지루하게 넘기지도 못하고 보는 것보다 5초 정도만 기다리면 볼 수 있고 넘길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경험을 만들어 냈기에 서로에게 win-win이 되는 구조인 엄청난 발명품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방식 덕분에 크리에이터의 신뢰성 부분에 있어서 존재하는 진입 장벽을 낮추어 대기업들도 이 광고에 돈을 쓰게 되었고요.

 

 

 

최근에는 워낙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쪽 산업에 돈이 많이 흐르게 되고, 하나의 직업으로서 직업코드도 마련이 되고 선망하는 직업으로 부상하게 되면서 많은 분들이 도전하고 있는 영역이 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흔히 어그로꾼, 조회수 사냥꾼이라 부르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양산해 돈벌이에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함께 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본인이 8년 간 수 천 개의 영상을 만들고 주변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하면서 느낀 건 '나만의 특장점으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엄청나게 매 시간 달라지고 있고, 이는 알파고 같은 존재가 계속해서 가중치도 바꾸고 하면서 실험을 하고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그렇게 자극적인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은 생태계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고 "절대 하나의 성공 방식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 법칙 같은 건 있을 수가 없다. 크리에이터 콘텐츠에는 애초에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시며 고액의 유튜브 과외나 어떤 성공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꾐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더 오래, 즐겁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 그런 본질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면서 대박을 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fit이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며 소박을 누적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하시더군요. 

 

그러니까 최근의 관심사나 환경,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대작이라 불리는 '반지의 제왕'이런 것보다 취향을 저격 당한 도티의 게임 영상에 더 큰 가치를 둘 수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며 콘텐츠의 가치라는 것은 결국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사용자의 효용'에 근거를 둬야 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꼼수를 써서 일확천금 얻을 생각하기 보다 꾸준하고 성실히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쪽을 건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이건 뭐 도티씨가 착하다거나 특별히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것과 별개로 비즈니스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인플루언서, 유튜브 스타는 '기존의 셀럽과는 그럼 뭐가 다른가?'를 생각해보면 크게 세 가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하나는 '소통하는 스타' 라는 점이죠. 그러니까 기존의 셀럽들보다 훨씬 친근하게 느끼고 있고, 직접적인 소통을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른 것이죠. 최근에는 셀럽들도 이런 디지털 세대의 문법에 맞춰 팬덤을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NS활동을 한다던가 V-Live를 한다던가 하는 것들요.

 

두번째는 '우리들만의 스타 '라고 설명하셨는데, 이 부분은 그러니까 동질감을 느낀다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내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취향에 맞는 스타인거라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에겐 nobody지만 나에겐 스타인 그런 부분을 말하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내가 만드는 스타 '라는 부분은 한 개인을 '구독'이나 '후원' 등으로 자신이 스폰서가 되어서 각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짧은 탓에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시진 못했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은 바로 크리에이터들은 항상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책임진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만일, 10분짜리 영상이 있고 그것의 시청 수가 100건이라면, 누군가의 1,000분을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인식. 

 

그들의 시간을 헛되지 않도록 내 콘텐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앞서도 강조했지만 표현의 자유와 혐오성 콘텐츠, 반사회적 콘텐츠의 경계에 대해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말이었습니다.

 

 

 

Q&A 시간 역시 시간 관계상 짧게 진행되었는데, 한 분이 퀄리티와 편성 사이에 퀄리티 욕심을 내다 보면 자꾸 업로드를 못하게 된다는 취지로 고민을 이야기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도티씨는 정답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 마음에 들 때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왜냐하면 그래야 자신이 자기의 영상을 다시 보게 되고 거기에 달리는 반응들을 건강하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1년 365일 쉬지 않고 유튜브 영상을 7년 가까이 올려보니, 매일 1개의 영상을 꼭 올려야 하는 건 아니고, 자신의 능력에 맞게 편성을 조정하는 편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1주일에 1개여도 좋고, 2주에 1개도 좋고. 다만, 시청자의 시청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정해진 스케쥴을 따르는 건 중요하다는 거죠. 편성 수가 중요하다기 보다 시청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청 습관만 만들 수 있다면 주 1회 업로드도 괜찮다고요.

 

비행기 시간 탓에 한 명 한 명 사진을 찍지 못하는 걸 굉장히 미안해 하시면서 질문 대신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고 단체로 사진을 찍어 주시겠다며 배려하시는 도티씨의 모습은 방송에서도 인상적이었지만 참 천성이다 싶었습니다. 

 

무튼, 크리에이터와 콘텐츠에 대해 여러 인사이트들을 얻을 수 있었던 강연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1시간밖에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지역에 이런 강연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