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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_감상노트/책

[독후기록#9. 니체의 인생강의_이진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만, 묵직한 교훈을 주는 책

 

 이 책을 만난 건, 그랜드마스터 클래스에서다. 강연자의 책들을 홀에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책들 중 하나였다.

서울에서 굳이 책을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가방이 무거워 부산까지 가지고 가기엔 버거워 책 구경만 하고 사진 않겠다 다짐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훑어본 순간 그 다짐은 사라져버렸다.

 

 얇아서 무게에 대한 부담이 없기도 했고, 책도 EBS 인문학 특강이라는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을 중심으로 하는 거라 그런지 쉬운 문체로 쓰여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자의 강연이 끝나고 나서 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한해서 사인회를 진행한다는 게 아닌가.

 

 더 많은 개인주의에 대해, 또 니체를 통한 우리들의 삶의 자세에 대해 강연해주신 이진우님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가는 길에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우힛) 아무튼,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집에 책꽂이에 잠자고 있는 다른 니체 책과는 달리 술술 읽혀서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아래는 내가 인상깊었던 부분들(밑줄 그은 부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해둔다. 읽고, 또 곱씹기 전에, 우선 적어놔둬본다. 실천에까지 이뤄질 수 있기를.

 

안전을 추구하는 곳에서는 지적 발전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 p16

 

장 보드리야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소비는 더 이상 사물의 기능적 사용 및 소유가 아니다. (중략) 소비는 커뮤니케이션 및 교환의 체계로서 끊임없이 보내고 받아들이고 재생되는 기호의 코드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가치보다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p40

 

'자아 탐구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오히려 자아를 망각해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만들어내고 발견할 것이다.' 이것이 니체의 관점입니다. - p41

 

'권력에의 의지'에 내재하는 운동 구조는 이처럼 권력 정도의 확인, 권력 감정, 권력 증대로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는 이 과정을 거친다는 거예요.

 생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바깥의 물질을 호흡하고 섭취해서 내 몸으로 만들어야 해요. -p75

 

 고대 그리스에서는 권력을 'dynamis(디나미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말은 역동적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dynamic'으로 남아 있잖아요. (중략_ 또 다른 표현으로 'energeia(에네르게이아)', 즉, 'energy'라고 했어요. 모든 물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일어나게 하는 힘, 그것이 에너지입니다. 내면에 가지고 있는 권력입니다. 이렇게 권력은 무엇인가를 일어나게 하는 힘이고, 권력이 있어야 우리가 창조를 합니다. 권력은 어떤 속성이 있을까요? 먼저 권력은 '저항'이 있어야 실현됩니다. -p76

 

 또한 권력은 다양한 세력의 '관계'입니다. (중략) 끝으로, 권력은 통일적 '질서'입니다.

 통일적인 힘을 밑받침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가치입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면 어떤 권력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p77

 

 "나는 너희에게 위버멘쉬(초인)를 가르치노라. 사람은 극복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너희는 너희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지금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들 자신을 뛰어넘어, 그들 이상의 것을 창조해왔다. 그런데도 너희는 이 거대한 밀물을 맞이하여 썰물이 되기를, 자신을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짐승으로 되돌아가려 하는가?" -p86

 

 스스로를 감추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어떤 삶의 양식이 시장을 지배할까요? 과거에는 공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의 양식도 추구했는데, 이제는 개인만이 중요하고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런 태도가 독파리의 삶의 양식이고, 이것이 최후의 삶이라고 보는거죠. (중략) 그래서 니체는 신이 죽고 난 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대안은 초인이 되든가, 최후의 인간이 되는 거라고 이야기한 거예요. -p89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행복이 '가지고 있는 것'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p90

 

이처럼 자신 위로 동경의 화살을 쏘지 못하는 사람, 그가 바로 최후의 인간입니다. 이익만 추구하고 메뚜기 떼처럼 지상의 작은 곤충이 되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행복하다고 스스로 안위하는 존재, 그가 바로 최후의 인간입니다. 최후의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이렇습니다. 교육을 잘 받아 행복한 삶을 살 능력을 갖추고, 건강하게 살며 일을 잘하려고 해요. 거리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21세기의 보편적인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은 천상의 구원을 더 이상 믿지 않고 지상의 세속적 가치만 추구하면서 현재 상태에 만족합니다. - p91

 

"너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라. 창조해라. 그것이 대지의 의미이고 존재의 의미다." -p96

 

최후의 인간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시장과 거리의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좇아갑니다. 열심히 좇아가요.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중적 가치를 따릅니다. 유행에 민감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태를 능동적으로 극복함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진 상 태에 만족하는 거예요.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또는 '직업은 필수이고 결혼은 선택이다.' 등과 같이 남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믿는 거예요. 수동적 만족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를 원합니다. -p97~98

 

현대인들은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지만, 니체는 창조의 과정을 아주 중시합니다. 자신을 넘어서는 그 무엇(something beyond oneself)에서 '넘어선다는 것(beyond)'이 중요한 거죠. -p98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기존의 관점에서 일탈하는 행위가 필요합니다.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넘어가는 과정,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버고잉(over-going)'이라고 합니다. 등산할 때 오르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가 딛고 있는 대지의 형세, 대지의 지형, 대지의 속성을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산을 오르기 위해서는 현실을 확인하는 '다운고잉(Down-going)'을 할 줄 알아야 해요. -p99

 

"너의 삶 전체는 마치 모래시계처럼 되풀이하여 다시 거꾸로 세워지고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또 끝날 것이다. 네가 생겨나도록 만든 모든 조건이 세계의 순환 속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너의 삶은 그 사이의 위대한 순간의 시간이 될 것이다." -p114

 

영원회귀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순간을 포착하라.' -p116

 

첫 번째는 낙타의 단계입니다. (중략) 낙타는 묵묵히 걷습니다.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서술하고 있는 낙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공경하고 두려운 마음을 지닌 억센 정신, 무거운 짐을 지는 정신, 복종하는 정신. 공경하고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무거운 짐을 감내할 수 있으며, 복종하는 것이 바로 낙타입니다. -p130

 

 아무런 생각없이 시키는 대로 짐만 진다면 다음 단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중략) 무거운 짐을 지면서도 항상 스스로를 확인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가장 무거운 것을 견뎌내고자 하는 삶의 태도가 바로 낙타의 태도입니다. -p131

 

 그래서 니체는 이렇게 질문합니다 '진리를 위해 영혼의 굶주림을 참고 견뎌내는가? 진리의 물이라면 더러운 물일지라도 뛰어드는가?' 관습,제도,가치를 무조건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그것을 견뎌내고 체험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는 지 묻습니다. 낙타가 대변하는 중력의 정신을 다르게 표현하면 당위의 정신이고, 영어로 표현하면 'You should'입니다.-p132

 

 사자의 단계의 핵심 명제는 이것입니다. '네가 자유를 원하면 명령할 줄 알아야 한다.'

"(중략) 스스로 정의하고 스스로 가치를 정립하려는 힘과 의지가 만드는 이 최초의 폭발, 자유의지를 향한 의지" 이것이 사자의 단계라고 말합니다. -p134

 

 내가 부정하려는 것은 부정을 위한 부정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위한 부정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이 바로 사자입니다. -p135

 

 새로운 가치를 위한 자유는 'I will'의 형식을 취합니다. (중략) 참 힘들지만, 도덕적 명령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질 수 있습니다. 'i will', 즉 의지를 가지려면 내가 있어야 합니다. -p137

 

 주권적 개인이 되고자 한다면 사자로 거듭나야 합니다. (중략) 낙타는 타인이 강요한 짐을 지지만, 사자는 스스로 질 수 있는 짐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사자의 단계는 스스로 명령하는 명령자이자, 자기 자신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순종자이기도 해야 합니다. 자신이 따를 수 있는 법과 규칙을 스스로 세우는 것을 흔히 '자율(autonomy)'이라고 합니다. 사자는 자율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p138~139

 

 아이들의 놀이에는 규칙이 없습니다. 어떤 기구를 가지고 놀 때에도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냅니다. (중략) 어린아이는 또한 망각의 힘을 상징합니다. (중략) 망각할 줄 알아야 새로운 시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p142

 

어린아이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라면서 'I am'이라고 합니다. 니체는 어린아이의 단계로 살아가기 위해서 변신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중략) 우리는 삶의 예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생성의 무죄는 우리의 삶을 놀이하는 어린아이로 만듭니다. 이렇게 니체는 삶을 예술적으로 정당화하라고 이야기합니다. -p143

 

자아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중략) 니체는 우리에게 춤추는 자가 되라고 합니다.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이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습니다. 간단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죠. '삶을 가볍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우선 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것이 니체의 첫 번재 교훈입니다. -p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