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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착한세계시민의 사회적기업 탐구#5. 사회적기업의 마케팅과 코즈마케팅

이번 편에서는 사회적기업의 마케팅과 코즈 마케팅에 대해 간략히 알아볼 것이다.

 

 지난 편에서 개념만 살짝 짚고 넘어간 CSV(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것은 며칠 전 한국에서 열렸던 동아 비즈니스 리뷰의 포럼에서 마이클 센델과 마이클 포터의 토론에 또다시 등장했다고 한다. 마이클 포터가 다시 한번 공유가치 창출의 중요성 등을 언급하며 주목되었고, 이는 기업이 그 동안 자신의 이윤을 창출하느라 조금 등한시 했었던 '사회'를 다시 돌아보고 사회와 어떻게 더불어 살 것인지 고민하는 움직임이 기업의 생존에 점차 더욱 중요해지고, 주류의 움직임이 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기업의 모든 활동은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 활동'의 측면도 있다. 그동안은 자본주의의 왜곡이 일어나며 기업의 활동도 역시 전자인 경제적 활동에만 초점을 두어왔다면, 지금은 사회 활동의 측면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본질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 기업이 주도해왔던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마케팅 역시 원래는 시장을 중심에 두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하고 또 그 가치를 전달하는 그런 의미였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만을 생각하고 경제적 활동에 초점을 두어왔던 시절에 마케팅은, 과대광고, 수요 조장 등의 단어로 얼룩진 모습으로, 가치를 과장하고 왜곡하고 결점을 감추는 등 시장의 왜곡, 자본주의 왜곡에 동조하는 형태로 마케팅이 기능했던 것 같다. 그러던 마케팅은 '코즈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가치 중심의 마케팅으로 변화하고 있다. 역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마케팅의 본질을 간략히 이해하고, 그것이 사회적기업에게 왜 중요한 지 살펴본 후, 마케팅의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코즈 마케팅의 등장에 대해 개념적으로만 볼 것이다. 특히, 코즈마케팅이 지난 시간 봤던 사회공헌활동(CSR)과 무엇이 다른지 간단히 짚어보자.

 

1.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마케팅의 본질은 뭘까?

 

학부 1학년 시절, 마케팅 관리 수업을 들을 때, 마케팅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헷갈려 했었다. 당시 마케팅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광고'뿐이었기 때문이었다. TV광고나 포스터 광고 등만 생각했었고, 조금 더 생각한다고 해봐야 가게에서 술마시면 자기 회사 술 사라고 어필하는 소주회사 프로모션 정도? 광고가 마케팅의 매우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고, 또 마케팅과 세일즈가 뭐가 다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나처럼 헷갈려하는 분들을 위해, 마케팅의 개념을 내가 아는 대로 잠시 소개해보겠다.

 

 마케팅이란 단순히 판매하는 것(세일즈)과는 달리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 시장의 고객들이 원하는 가치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전반적인 과정 전체를 이야기한다. 세일즈는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그 부분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면, 마케팅은 제품이 설계되고 생산되고 유통되어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또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한 후까지 그 전반적인 과정 전체를 보는 개념이라 하겠다.

 

 

 "마케팅은 조직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의사소통을 전달하며, 고객 관계를 관리하는 조직 기능이자 프로세스의 집합이다"

 

“마케팅은 개인이나 조직의 목표를 충족시켜 주는 교환을 창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의 창안, 가격 결정, 촉진,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각주:1]

 

  마케팅의 전략으로 흔히, 마케팅믹스 전략을 이야기 하는데, 이는 4P라는 개념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마케팅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4P란 제품(Product),가격(Price),유통(Place),촉진(Promotion) 을 말하는 것으로, 각각의 P에 대한 전략을 세워 조합하면 마케팅믹스 전략이 탄생한다.

 

 사람들은 본원적 욕구인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원하는 어떤 것(Wants), 즉 구체적 욕구를 보이는데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소비의 대상이 바로 제품이다. 가장 많이 드는 쉬운 예로 설명해보자면, 배고픔은 니즈이고, 이 배고품을 충족시키기 위해 원하는 구체적 욕구인 원츠는 빵이거나 햄버거 등일 수 있다. 햄버거집은 햄버거라는 제품을 통해 고객의 원츠를 충족시키려하는 것이다. 해당 기업이 어떤 고객을 목표로 하고, 그 고객의 니즈와 원츠는 무엇이며, 해당 기업의 역량으로 가장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원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를 선택하여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그 외에 가격요소는 가격은 어떻게 할 건지, 유통은 뭐 백화점에서 팔 건지, 슈퍼에서 팔 것인지, 편의점에서 팔 것인지, 인터넷에서 팔것인지 등을 정하는 것이고, 촉진이란 광고나 인적판매, 판매촉진 등의 여러 수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각각의 요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서 전략을 세우는 게 마케팅믹스 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광고는 마케팅의 여러 요소 중 촉진에 해당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생산하고 전달하는 데 있다. 다시 말해, 마케팅의 본질은, 목표고객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에 있다.

 

 가치란, 어떤 편익(Benefit)에서 비용(Cost)을 빼서 계산할 수 있는 것으로, 단순히 금전적인 것뿐만 아니라 품질이나, 서비스, 이미지, 가격 등의 편익에서 금전이나 시간투입 등의 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가치가 있을 수 있고, 가격이 싸더라도 가치가 없을 수 있다.

 

2. 사회적기업에 마케팅이 중요한 이유

 

이처럼 마케팅은 목표 고객이 공감하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은 사회적기업에 특히나 더 중요하다. '고객중심사고'가 결여된 사회적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의 동참이 필요하다. 나는 사회적기업이 윤리적 소비자 뿐만 아니라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까지도 끌어들여 사회 문제 해결의 매커니즘 속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것을 사회적기업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러려면 고객에게(그것이 윤리적 소비자이든 아니든)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그것이 부담일 뿐이고 별다른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래가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사회적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지나치게 공익에 집중한 나머지 고객이 원하지 않는 요소를 내세우는 것이다. 똑같이 절전형 전구를 판다고 해보자. '지구를 살리는 전구'라고 소개하는 것과 '전기료를 아끼는 전구'라고 소개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일까? 후자이지 않을까? 그러나 많은 사회적기업은 전자라고 소개한다. 나는 그것이 잘못되었다기보다 후자라고 소개하면서 그것이 지구를 살리기도 한다는 점을 살짝 보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FREITAG F77 BEN
FREITAG F77 BEN by nao-cha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흔한 예 중에 프라이탁 FREITAG이란 가방 회사가 있다. 이들은 해외 사회적 기업의 성공 사례로 소개되곤 하는데, 이들은 폐방수천을 재활용하여 가방을 만들어 파는 회사다. 이들의 가방은 재활용 가방업계의 명품이다. 가격이 60만원인 가방도 불티나게 팔린다.(가격대가 20~70만원 정도라 들었다. 그들의 연매출은 한 500억쯤 된다고 한다) 그들이 재활용 가방이라는 점을 내세웠을까? 아니다. 튼튼하고 방수가 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세상에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 거의 없는, 하나 뿐인 가방임을 내세웠다. 멋드러진 디자인과 튼튼함, 방수, 유니크함, 그런 것들 위에 환경에 대한 가치를 살짝 소개했다. 스토리를 살짝 소개했다. 그러자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자전거를 많이 타는 취리히 사람들이 취리히에서 비가와도 젖지 않고 질긴 가방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그를 만족시키는 가방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크게 성공한 것이다.

 

 사회적기업은 이처럼 마케팅의 본질인 '가치'에 집중하여 제품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철저히 고객중심의 사고로 비지니스를 영위할 때, 사회적 가치든, 경제적 가치든 그것이 더 커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치는 철저히 '목표고객이 원하는 가치'여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을 만들 때 중요한 게, 기업적 측면으로 말하자면 시장세분화 과정일 것이고, 사회적기업에 좀 더 어울리게 말하자면 수혜자 (beneficiary)는 누구인지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가치를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기업이 목표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미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하다.[각주:2]

 

3.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코즈마케팅의 등장, 코즈마케팅은 사회공헌과 무엇이 다를까?

 

 마케팅 패러다임은 과거로부터 진화해오고 있다.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보자면, 이성 중심의 마케팅, 감성 중심의 마케팅, 가치 중심의 마케팅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으로 생산 개념의 마케팅 시대, 제품 개념의 마케팅 시대, 판매 개념의 마케팅 시대, 마케팅 개념의 마케팅 시대, 사회적 마케팅 개념의 마케팅 시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

☞ 이런 분류는 여기를 참고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83619&cid=44412&categoryId=44412

 

 

 

이성 중심의 마케팅은, 제품의 본질적 요소를 중시하고, 제품의 품질과 기능, 가격에 기반한 경쟁을 벌인다.

 반면, 감성 중심의 마케팅은 브랜드 이미지를 중시하고, 감각적 광고, 제품 디자인 등이 경쟁우위를 제공하는 것이다.

 가치 중심의 마케팅은 사회적 의미와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고, 브랜드가 제공하는 사회적, 정신적 가치가 차별화의 원천이 되는 것을 말한다.

 

소비활동이 필요충족의 수단을 넘어서 개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발전하면서 점차 가치 중심의 마케팅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다. 많은 학자들 또한 소비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현상이 늘어남을 예견하고 있고, 기업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맞추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고도의 소비사회에서 소비활동이란 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아르 

훌륭한 상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기여할 때  

소비자는 이것을 위대한 브랜드로 평가한다.  

- 마케팅 구루 필립 코틀러  

 

 

코즈 마케팅이란 이런 가치 중심의 마케팅의 일부로, 공익적인 문제를 마케팅 활동에 접목시킨 것을 말한다. 환경보호, 빈곤문제, 질병 퇴치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마케팅의 소재로 활용하며, 인간의 착한 본성에 호소함으로써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각주:3]

 

SNS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 ~ 마케팅 등 다양한 세부적 마케팅이 있듯, 코즈 마케팅을 그렇게 좁게 본다면 '공익 연계 마케팅'을 뜻하는 것일 것이지만, SNS 마케팅 등과 다른 수준으로 본다면 더 넓게 봐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 참여 활동' 전체를 뜻하는 것일 것이다.

 

내 생각에 코즈 마케팅은 SNS 마케팅 등 다른 마케팅과는 달리 '촉진'이라는 요소에 중점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포괄적으로 봐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코즈 마케팅은 브랜드의 cause(원인, 이유, 대의명분)을 내세우는 마케팅으로서, 브랜드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을 말하는 것이라 정의내리고, 주로 브랜드의 가치를 사회적 이슈와 연계하여 소구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이러한 코즈 마케팅이 사회공헌과 다른 것은, 사회공헌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코즈 마케팅은 기업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실행하는 것이란 거다. 그리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여 매출증대, 충성 고객 확보와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활동으로 좀 더 기업의 경쟁전략의 일부란 느낌이 강하다.

 

코즈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는, P&G에서 "Tide for Cold Water"란 이름로 진행된 마케팅을 들 수 있다.  피앤지의 세제 브랜드 타이드에서는 찬물에도 빨래가 잘 되는 세제를 만들어 출시했고, 지구의 날에 따뜻한 물에 빨래할 때, 찬물에 할때보다 80%의 에너지 비용을 더 쓰게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찬물로 세탁함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리고 찬물에도 잘 녹는 신제품 세제를 소개하며 찬물로 세탁했을 때 1,363시간의 TV를 볼 수 있다는 정보를 함께 전달하였다. 또 future friendly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여 장기적인 플랫폼도 구축하면서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성취하고 있다. [각주:4]

 

[시리즈보기]

 

2014/11/18 - [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 착한세계시민의 사회적기업 탐구 #1. 사회적기업이 뭘까?(한국편)

 

2014/11/19 - [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 착한세계시민의 사회적기업 탐구#2. 사회적 기업이 뭘까?(해외편)

 

2014/11/20 - [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 착한세계시민의 사회적기업 탐구#3. 사회적경제와 마을기업, 협동조합

 

2014/11/27 - [Study_공부노트/사회적 경제] - 착한세계시민의 사회적기업 탐구#4. CSR과 CSV 차이가 뭐지?

 

[참고자료]

Marketing 3.0 : From Products to Customers to the Human Spirit, Wiley, 2010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관리

※주석 :

  1. 1.[네이버 지식백과] 마케팅 [Marketing] (학문명백과 : 사회과학, 형설출판사) [본문으로]
  2. 2. 김용호 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님의 '윤리적 소비와 마케팅'이란 강의의 강의안을 참고하였다. [본문으로]
  3. 3. 강민정 KAIST SK사회적기업가센터 부센터장님의 강의안에서 발췌 [본문으로]
  4. 4.< 마케팅의 오래된 미래, 코즈마케팅 >에서 참고 및 일부 차용, 사례 발췌. http://ibr.kr/528 [본문으로]